프레스코화 기법은 젖은 석회벽 위에 안료를 스며들게 하여 완성하는 고전 회화 방식으로,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고 견고하게 남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가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오늘날 이 기법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고, 현대 벽화 예술에 새로운 형태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프레스코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변형해 도시 공간에 구현한 해외 작가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 깊이 느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작가의 작업 방식과 철학, 그리고 제가 보고 느낀 견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1. 프레스코화 기법의 전통과 원리 이해
프레스코화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특히 발전했으며, 석회가 마르기 전에 안료를 칠하는 부온 프레스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벽과 안료가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시간이 지나도 색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터뷰한 작가인 마르코 베르니니는 이 전통 기법을 철저히 연구한 뒤, 이를 현대 벽화 작업에 맞게 변형했다고 합니다. 그는 도시 건물 외벽에 석회질 베이스를 입히고, 인체나 풍경 대신 현대 사회의 상징물과 추상적 패턴을 그려 넣었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본 그의 작업은 고전 프레스코의 깊이 있는 질감과 현대적 색채감이 공존했으며, 특히 벽의 물성을 살린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접근이야말로 전통 기법을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술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 현대 벽화에 맞춘 재료와 공정의 변형
마르코는 프레스코화 기법을 현대 도심 환경에 맞추기 위해 재료와 공정을 일부 변형했습니다. 전통 부온 프레스코는 습한 실내나 건축물 내부에서 주로 작업했지만, 그는 옥외 벽화를 위해 내구성이 강한 혼합 석회와 특수 안료를 사용했습니다. 안료 역시 천연 광물 기반에 현대 화학 기술을 더해 자외선에 강하고 색이 오래 유지되도록 했습니다. 제가 물어본 바로는, 작업 전 벽 표면을 3겹 이상 다지고, 최종적으로는 투명 보호막을 얇게 입혀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고 합니다. 저는 과거에 벽화 프로젝트에서 아크릴 페인트만 사용했는데, 3년 만에 색이 바래는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니, 그의 재료 선택과 공정 변형이 단순히 예술적 감각뿐 아니라 실질적인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결정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3. 작품 주제와 공간의 상호작용
마르코의 작품은 단순히 벽 위의 그림이 아니라, 해당 공간과 도시의 역사 문화와 긴밀히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공업 지대 건물 외벽에 작업할 때 그는 산업 시대를 상징하는 기계 부품 형태를 프레스코화 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 기법의 질감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한 장면에 어우러지는 효과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공간이 가진 이야기를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지역 벽화 프로젝트에서도,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는 것보다 그 지역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담는 것이 작품의 지속성과 의미를 높였습니다. 결국 현대 벽화에서 프레스코 기법이 성공적으로 적용되려면, 기술뿐 아니라 공간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4.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예술가의 태도
마르코는 전통 기법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변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프레스코화의 장점을 극대화하되, 현대인의 시각에 맞는 색감과 구성을 실험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전통은 과거의 박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재료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실제로 저는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전통 기법 실습을 시킨 후,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하는 과제를 주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전통의 본질을 이해한 뒤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마르코의 작업은 그런 교육적 사례를 현실에서 구현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은 단순한 스타일 결합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문화적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스코화 기법을 현대 벽화에 적용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복원이 아니라, 전통을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마르코 베르니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통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동시에 재료 공정 주제를 시대에 맞게 변형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이야말로 예술이 시대를 초월해 지속될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창작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프레스코화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매혹적인 도구입니다.